여행 이야기
호림박물관에서 빗살무늬토기를 만나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 되었습니다. 외출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죠. 공원에 갈까 하다가 모처럼 박물관 산책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다녀온 박물관은 호림박물관입니다. 박물관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건립, 운영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요. 이곳 호림박물관은 사립이더군요. 지난 1982년에 개관하여 30년이 넘게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 분관까지 낸 상태입니다. 본관은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해 있고 분관은 신사동에 있답니다. 



호림박물관은 지하철 신림역에서 금천경찰서 방면으로 도보로 약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습니다. 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걸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산보 삼아 걸어 갔어요.



큰길에서 안쪽으로 약 두 블럭 정도 걸어가니 호림박물관이 나오더군요. 사립으로 박물관을 짓고 유지하려면 돈도 돈이지만, 전시될 유물들을 소장해야 할 텐데 어떤 경로로 입수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1999년 5월에 확장 신축하여 재개관했다고 합니다. 신림본관은 지하1층, 지상2층 건물에 4개의 상설전시장과 1개의 기획전시실, 야외전시장, 수장고, 세미나실 등이 있는데 전시실은 현재 1층과 2층 두 곳만 운용되고 있었습니다. 호림박물관은 토기, 도자기, 회화, 금속공예품 등 약 1만 5천 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개방된 전시관에는 그렇게 많은 숫자의 유물들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소장 유물 중 60점은 국가 지정문화재(국보 8점, 보물 52점)라고 합니다.



입장료 4천원을 내고 전시관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유물들을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 같더군요. 실내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편이었습니다. 



삼국 각지에서 사용된 기와들입니다. 가만 들여다 보다가, 고대 사람들의 미감이 현대인들보다 더 뛰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은 건축 재료들을 모두 기계로 찍어 내어 밋밋하기 그지 없는데, 당시에는 사람이 직접 만들었을 텐데도 지붕에 올라갈 재료 하나까지 독특한 문양을 주었다는 게 삶이 참 미학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저 정도의 기와를 쓰려면 왕족이나 귀족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특수층에 한정된 이야기일 수도 있겠죠. 



‘토기장경호’라는 항아리입니다. 예전 국사시간에 보면 유물들의 이름 외우는 것이 참 두통꺼리였는데, 작명 방식을 알고 보니 머리가 가벼워지더군요. ‘토기’는 말 그대로 흙으로 빚은 그릇이라는 뜻이고, 장경호는 ‘길 장’자에 ‘목 경’자 그리고 ‘항아리 호’자를 써서 지어진 명칭입니다. 그러니까 토기장경호라고 하면 ‘목이 길다란 형태의 흙으로 빚은 항아리’라는 뜻이죠. 작명 패턴을 알고 나니 생소했던 나머지 유물의 이름들도 귀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고대인들은 술도 참 운치 있게 마신 듯 합니다. 위의 길죽한 원통 모양과 말 위의 뿔 모양 유물은 모두 술잔인데요. 저런 잔에 술을 마시면 분위기가 참 색다를 듯 합니다. 원샷을 하기 보다는 한모금씩 분위기와 함께 음미하게 될 것 같아요. 요즘 주변에 공방이 많이 있던데, 혹시 공방에 가게 되면 저런 형태의 토기잔을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국사책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빗살무늬토기입니다. 박물관에서 조명을 받고 있으니 왠지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데요. 별안간 옷이 날개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저 토기는 한반도 중서부 지방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용도와 사용법은 기재되어 있지 않더군요. 아래쪽이 뾰쪽한 형태라 세우기도 불편할 텐데 왜 저와 같은 디자인을 했을까요? 모래 바닥 위에 세워서 사용한다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요. 용기의 효율성 면에서 굳이 아래를 뾰쪽하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가시지는 않습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싶어 가만히 살펴 봤더니 베개더군요. 도자기로 베개를 만들다니 좀 의아했습니다. 실제로 일상에서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장식용인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더군요. 



이와 같은 호리병은 술병으로 사용되었을까요? 병을 들고 마시기에는 좋을 듯 한데, 설거지를  고려한다면 과연 실생활에서 사용되었을지는 의문입니다. 




금동반가상입니다. 국사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사진으로 보기는 했지만 실물로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크기가 의외로 작더군요. 높이가 20cm정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그 형상과 디테일은 정말 예술이라 할 만 했습니다.



청동거울입니다. 예전에는 거울에 저렇게 문양이 있어서 어떻게 얼굴을 비춰볼까 궁금했었습니다. 실생활에 사용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냥 장식용이거나 상징적인 어떤 물건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시된 부분은 거울의 뒷면으로 손잡이 부분이더군요. 얼굴이 비치는 면은 반대쪽 면입니다. 


금관 역시도 책에서 사진으로만 보다가 처음으로 실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금관이라는 상징성을 제외한다면 조형적인 면에서 디테일이 그다지 살아있거나 하지는 않더군요. 



박물관에서 밖을 바라본 풍광입니다. 나무와 어우러진 마을의 집들이 편안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전시실 건물로 들어가기 전 1층에는 곳곳에 돌로 만든 정승과 탑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마치 박물관을 호위하고 있는 듯 하더군요. 모처럼 찾은 박물관, 국립박물관처럼 거대한 규모가 아니어서 그런지 전시된 유물들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신림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호림박물관, 여러분도 기회되시면 한번 둘러 보세요.



2015.10.18 07:00
  1. 워크딕 2015.10.18 15:07 신고

    우연찮게 너무나도 멋진 박물관을 알게 되서 감사합니다.
    비는 주말에 꼭 들러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