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덕수궁 옆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학교 다닐 때 세계사 시간이면 한번 쯤 ‘성공회’라는 말을 듣어 보셨을 텐데요. 성공회는 영국의 국왕 헨리8세가 그의 아내 캐서린과의 이혼 문제로 대립하다 로마카톨릭과 단절을 선언한 뒤 만들어진 교회입니다. 이 교회는 로마카톨릭과 개신교의 중간 형태를 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건물 양식이 명동성당의 그것과 닮아서 그런지 교회라기 보다는 성당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더군요. 


성공회대학교는 예전에 한번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성공회 교회 방문은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10월 말에 정동야행축제가 있었는데, 그 때 정동 길을 돌다가 우연히 성공회 본당에 들르게 된 거죠. 


 

입구에서 바라 본 성공회 본당 모습입니다. 얼핏 보면 서양 건물 같지만 지붕의 형식을 보면 우리의 기와는 얹어 놓은 듯 합니다. 서구의 양식이 옛 궁궐 덕수궁이 있는 곳으로 들어와 부드러운 융화를 이룬 듯 하더군요.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정동야행축제 기간에는 근처에 있는 대사관 등 여러 곳을 개방해서 시민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성공회 본당도 그 중 한 곳이었습니다. 


 

본당 옆에 있는 성공회 수녀원입니다. 벽돌과 기와로 지어진 집이 참 운치와 멋을 자아내더군요. 축제 기간이라 수녀원 역시도 시민들에게 개방이 되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안타깝게도 내부 구경을 하지 못했네요. 뜰과 건물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곳에 머무는 수녀님들은 매일 무엇을 위해 기도를 하실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 상이 수녀원 앞에 세워져 있더군요. 서양의 종교와 동양의 토양이 미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수녀원의 다른 한쪽에는 ‘유월민주항쟁진원지’라는 표지석이 있었습니다. 지난 70-80년대 군사독재시절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던 사람들이 이곳 성공회에 자주 모였고, 명동성당과 함께 6월 항쟁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하더군요. 정동에 종종 들리고는 했는데, 그와 같은 사실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네요. 우리나라 기독교는 천주교와 개신교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성공회’라는 곳 자체에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성당을 안쪽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마치 동화 속 건물 같다는 느낌도 들더군요. 푸른 하늘과 주황색의 지붕이 산뜻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성당 한 켠에 있는 경운궁 양이재입니다. 경운궁은 덕수궁의 옛 이름인데요. 이는 대한제국 시절 경운궁 중건 시 궁 안에 지어진 건물로 원래 건물 규모는 정면 7칸에 측면 4칸이었다고 합니다. 양이재는 1906년에서 1910년 사이 궁내부 산하 황족과 구족들 자제들의 근대식 교육기관인 수학원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대한성공회는 1912년부터 이곳을 임대해서 쓰다가 1927년 사들인 후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성공회 서울교구장 주교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답니다. 



성당 안의 모습입니다. 겉에서 봤던 것과 달리 내부가 엄청 넓더군요. 명동성당의 크기와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 5시가 좀 안 된 시각이었는데 좌석에는 참배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두 분 정도 앉아 있었습니다. 



앞쪽으로 다가가 찍은 모습입니다. 예수상이 그려져 있는데요. 분위기가 카톨릭적이라기 보다는 그리스 정교와 비슷한 듯 했습니다. 높은 천장이 주는 효과 때문인지 내부는 엄숙함과 경건함이 물씬 풍겨나더군요. 



입구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성수입니다. 


 

성당 뒷 켠 2층에는 대형 파이프오르간이 있었는데요. 장식용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사진에 보이는 분들이 연주를 하고 계시더군요. 성당에서 듣는 오르간과 피리의 합주는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두 분의 연주는 너무나 뛰어나서 처음에는 음악 CD를 틀어 둔 것이 아닌가 착각을 할 정도였어요. 성당에서 저렇게 멋진 음악을 들을 수 있다니 자주 찾아와야겠다 생각을 했었는데, 정동야행축제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무대라고 하더군요. 제가 갔을 때는 리허설 중이었는데요. 북적이는 관람객이 없는 상태에서 들어서 그런지 느낌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성당 한 켠에서는 순교하신 분들의 영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당 내부의 분위기에 취해서 잠시 자리에 앉아 있다가 나왔는데요. 마음이 왠지 정화된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성당 건물을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내부의 경건함과 달리 웅장함이 느껴지네요. 앞으로 정동에 오면 이곳 성공회 본당을 반드시 들러 볼 생각입니다. 방문했던 그날처럼 항상 문이 열려 있을 지는 모르겠네요. 


 

성당에서 옆길로 벗어나 조금 걸으니 시청 신청사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동야행축제를 계기로 이곳저곳을 좀 걸어 보았더니, 이제는 정동의 지리가 한번에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혹시 정동에 가실 일이 있다면 덕수궁 옆에 있는 성공회 본당, 꼭 한번 들려 보세요.


2015.12.05 07:00